[한서희 변호사의 Focus] SEC의 ETF 승인 거부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이유

by 한서희조회 9992023-10-10

미국 컬럼비아 지방순회법원이 2023년 8월 29일,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상대로 제기한 ETF(미국에서의 해당 상품은 ETP이므로 이하 ETP로 표기함) 불승인 명령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해당 소송에서, SEC가 유사 상품을 다르게 취급한 이유에 대하여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고 ETP 신청에 대하여 불허했으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레이스케일의 신청을 인용한다고 판단하였다. 오늘은 이러한 미국 법원의 판단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법원의 판단과 관련하여 “비트코인 선물 ETP와 비트코인 현물 ETP”가 유사한 것인지, 그리고 유사성이 있음에도 “다르게 판단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

* EPT(Exchange Traded Product) :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와 상장지수증권(ETN, Exchange Traded Note)을 합쳐서 부르는 용어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P 상장 신청을 거부한 주요 이유는, 이번에 규칙 변경을 신청한 NYSE Arca가 1934년 증권거래소법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주로 “사기 및 조작 방지 행위를 방지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우선 그레이스케일은 과거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P의 상장을 허용했던 반면 ,이와 유사한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을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그레이스케일이 제안한 비트코인 ETP의 경우, 과거 상장 승인된 발키리 비트코인 선물 ETP와 유사하므로 동일한 규제 취급을 받았어야 한다는 상당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보았다. 


이를 살펴보면, 우선 그레이스케일이 제안한 비트코인 현물 ETP와 승인된 비트코인 선물 ETP는 모두 비트코인 시장 가격 즉, 현물 시장 가격을 추종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레이스케일은 4개 주요 비트코인 플랫폼의 현물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코인데스크 비트코인 가격 지수를 사용하여 비트코인 자산 가치를 계산하였다. 비트코인 선물 ETP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선물 계약에 따른 것이기는 하나, 현물 시장 가격에 대한 노출은 그레이스케일이 제안한 ETP와 거의 동일하였다. 그리고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의 현물 시장과 CME 선물 계약 가격 사이에 99.9%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또한 그레이스케일과 비트코인 선물 ETP의 상장 거래소는 모두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동일한 감시 공유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였다.  


이러한 현저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SEC는 그레이스케일이 제안한 비트코인 ETP를 거부했지만, 두 개의 비트코인 선물 ETP를 승인했다. 이때 SEC는 “유의미한 규모의 시장 테스트”를 통해 두 상품을 구분했다. 즉, SEC는 그레이스케일이 “유의미한 규모의 시장 테스트의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지만, 발키리와 튜크라이엄 비트코인 선물 ETP에 관해서는 이들이 유의한 시장 테스트를 충족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SEC는 CME의 감시공유 계약 관련하여 선물 시장의 감시공유계약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는데, CME는 해당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한 감시공유계약인 반면에 그레이스케일의 경우 현물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므로 사기적발 능력이 약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그레이스케일은 선물 시장과 현물 시장 사이의 연관성이 99.9%라는 점을 증거로 제출했으므로, 선물 시장에서의 감시공유계약으로도 충분히 현물 시장에서의 사기적발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하지만 SEC는 선물 시장과 현물 시장의 연관성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선물 시장에서의 감시공유계약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법원은 아무런 증거 없이 연관성을 부정한 SEC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다음으로 SEC는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비트코인 거래가 CME 비트코인 선물 시장에서 “가격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력”이 될 위험이 있으며, 그레이스케일이 유의한 시장 테스트의 두 번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SEC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ETP가 어떻게 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한편 과거 선물 ETP를 승인할 당시 SEC는“CME 비트코인 선물 시장이 상당히 발전하고 성숙했기 때문에” 단일 ETP의 거래가 CME에 주된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으므로 두 번째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위와 같은 SEC의 판단과 관련하여 이번 그레이스케일의 ETP 신청과 사뭇 다른 것이라고 보면서 실제 그레이스케일이 보유한 현물 비트코인의 수량에 비추어 볼 때 시장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점을 검토한 후 법원은,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P와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ETP의 동일성은 입증됐지만 SEC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 즉, 이번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P와 과거 상장 승인된 비트코인 선물 ETP의 차이점은 입증되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SEC의 승인 거부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비트코인 선물 ETP와 비트코인 현물 ETP의 차이점에 대해서 SEC가 추가로 입증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P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보일지에 대하여 주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서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바른 

4차산업대응팀 팀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