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 변호사의 Focus] 판례로 풀어보는 가상자산 사기

by 한서희조회 2,8532022-05-26

사례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3. 28. 선고 2018고단3127 판결


사실관계

피고인은 B 메신저를 이용하여 고객들에게 가상화폐 투자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사람이고, 피해자 C는 가상화폐 투자자로서 피고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가상화폐 투자정보를 제공받아 수익을 올리게 되자 피고인을 신뢰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8. 1. 26.경 피해자에게 "현재 가상화폐가 하락세이니 거래소를 통한 거래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 '데이터 월렛(일종의 가상화폐를 의미)'의 가상화폐공개(ICO,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에 참여해라, 나도 이미 1억 원 정도 되는 가상화폐에 투자하였다"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데이터 월렛의 가상화폐 공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알려준 월렛의 주소는 피고인이 개인키를 보유하고 있는 월렛의 주소였고 피고인은 다른 ico에 참여할 의사가 없이 이더리움 120개를 받아서 임의대로 사용하였다. 



법원의 판단 및 의의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검사는 사기죄로 기소하였고 (당시 시가는 약 1억 4,970만 원 상당) 법원에서는 이를 사기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은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여기서는 이더리움 120개에 대한 사기죄가 인정된 사안입니다. 기망행위를 통해서 이더리움 120개를 취득한 후 이를 임의로 사용한 자에게는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대법원 판결이 없고 2심판결까지만 존재합니다. (아마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를 포기한 사안으로 보임) 그렇기 때문에 이더리움이 명시적으로 가상자산으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판시내용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기죄가 인정되었던 사안입니다.



사례2 서울고등법원 2021. 7. 9. 선고 2020노357 판결, 대법원 2021.11.11. 2021도9855


사실관계

B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플랫폼 및 플랫폼에 기반한 가상자산 기술개발 및 배포를 목적으로 피해해사를 설립하고 스스로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다. 이후 B는 영어에 능통하고 컨설팅 업무 경험이 있는 자신의 아들 A를 백서 작성 업무, 스위스재단의 설립 업무 등을 담당하는 담당자로 영입하였다. 


피해회사의 스위스재단 설립 시 당시 재단이사로 피해회사 최고운영책임자인 피고인 A, 부사장 F, B의 지인이자 스위스 국적의 H, 3인이 등록되었다. 이들은 2017년 5월 경 ICO를 실시하여 6,902BTC을 모집하였다. 이 모집은 피고인 A씨 명의 계좌로 이루어졌고, 모집된 비트코인은 3인의 계좌로 이체되었다. 이는 모두 피해회사의 창립멤버로 5인(B, E, F, N, R)으로 구성된 5인위원회에서 합의하여 결정한 것이다.


한편, 피고인 A는 B의 피해회사에서의 지위를 강화할 목적으로 2017. 5. 24.경 F, E에게 I를 통하여 모집된 비트코인을 이 사건 3인 계좌에서 B를 명의자로 추가한 4인(피고인 A, B, F, E) 명의의 다중서명계좌로 이체할 것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였다.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B는 인사권을 임의적으로 행사하는 등으로 인하여 피해회사 직원들로부터 불만을 사게 되었다. 2016년 12월 경 개발자들이 피해회사에서 이탈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5인위원회는 B의 대표이사 사임을 결정하고, 2017년 4월 10일자로 F가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자 결국 B는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 이를 수용하였다.


당초 6,000BTC는 재단이사인 3인의 다중서명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갑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2017년 7월 8일, 피고인 A은 F, E 등에게 K 이벤트에 참가하겠다는 이유로 이 사건 3인계좌에서 자신의 단독명의계좌로 6,000BTC을 이체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K 이벤트 참가를 설득, E가 F에게 "A를 한번 믿어주자"고 부탁하여 비로소 K 이벤트 참가가 결정되었다.


2017년 6월 9일 12:55경 피고인 A의 서명만으로도 전송 가능한 지갑주소로 6,000BTC이 이체되었다. 당시 피고인 A은 F, E에게 K 이벤트에 참가한 직후 곧바로 비트코인을 이 사건 3인 공동 보관 지갑으로 복귀시키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K 이벤트 참가가 종료되었음에도 이 사건 3인 계좌에 비트코인을 반환하지 않았다.


이에 F는 피고인 A에게 전화하여 반환을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인 A는 B와 F, E 등 사이에 발생한 피해회사의 경영상 갈등과 2017년 5월 24일에 자신이 했던 요구가 거절된 사정을 언급하면서 피해회사 측에서 피고인 A에게 만족할 만한 제안을 하여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6,000BTC을 자신이 가지고 있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였다.



법원의 판단 및 의의 

법원은 A의 행위에 대하여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판시사항으로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법원은 명백하게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으로 보았고 기망을 통해 비트코인을 취득하고 이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자에게 사기죄를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여기서 재물로 보지 않고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사람이 비트코인 보관자의 지위에서 비트코인을 보관 목적과 상이하게 자신을 위하여 임의 사용한다면 이러한 사람의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할 것이고 횡령죄는 성립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횡령죄는 그 대상이 재물이어야 하는데 법원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재산상 이익이라면 이 때 성립될 수 있는 범죄는 배임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은 착오송금 판례와 비교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오송금 사안에서 자기 지갑으로 들어온 비트코인을 임의사용한자는 배임죄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비트코인이 재산상 이익으로써 가치를 지녔지만 오송금받은 사람에게 보관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위탁계약에 따라서 타인의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자가 임의로 이를 사용하여 보관 위탁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이때 보관 중이던 자는 배임죄의 성립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서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바른 

4차산업대응팀 팀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