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식 PD의 크립토 세상] 크립토 윈터를 이겨내기 위한 ‘반면교사’

by 정성식조회 1,5982023-01-17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꽁꽁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투자심리마저 추락하면서 2023년도는 ‘불안’으로 출발했다. 디지털자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리스크의 등장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에 빠졌다. 미국이 오랜 시간동안 이어왔던 양적완화를 끝내고 긴축기조로 돌아서면서 급격한 금리 인상이 뒤따랐고, 테라·루나, FTX 사태 등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말처럼 밝은 새 아침이 이미 문 앞까지 도착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작정 새 아침을 맞기 전에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부정적인 면을 보고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얻는다’라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마음가짐이다. 



해충을 막지 못하면 풍년도 없다

아무리 탐스럽게 익은 과일도 해충의 피해를 입으면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흉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충은 일부를 손상시키지만 그 결과는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해충 피해가 컸다. 바로 해킹 범죄자의 소행 때문이다. 싱가포르 디지털자산 분석업체인 이뮨파이(Immunef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디지털자산(암호화폐) 시장이 총 39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는데, 이중 95% 가량이 해킹 공격에 의한 손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킹 피해 중 80.5%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중앙 통제에서 벗어나 투자했던 사람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는 이야기다. 테라·루나 코인 사태와 메이저 거래소들의 잇단 파산, 메이저 코인의 거래지원 중단 등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와중에도 해킹 피해가 전체 피해의 대부분이었다는 것은, 시장 상황과는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해킹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는 개인지갑을 노린 사이버 범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이어졌다. 

디지털자산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개인지갑 사용은 필수가 됐다. 하지만 시드구문(니모닉)을 이메일이나 메모장, 심지어는 SNS 상에 허술하게 보관해 탈취당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블록체인을 뚫고 개인의 디지털자산을 탈취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개인지갑을 열 수 있는 시드구문과 같은 열쇠를 탈취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디파이 생태계는 감시와 통제가 가능한 시파이(CeFi,중앙화 금융)비해 개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커들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한 NFT 시장도 마찬가지다. 디스코드와 같은 플랫폼의 계정을 해킹한 후 악성 주소를 클릭하거나 QR코드 촬영을 유도해 해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투자만 잘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나의 재산은 내가 지킨다’라는 각오로 다양한 범죄의 덫에 걸려들지 않도록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또, 수상한 메일은 절대 열어보지 않고,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특히 보안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최신 버전의 백신 유지’도 잊지 말아야겠다. 나의 소중한 자산의 탈취를 막는 것은 자산을 불리는 것만큼 중요하다. 해킹 범죄의 대상이 곧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과거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 해야 한다. 



불나방이 불로 뛰어드는 이유 

2000년대 중반을 뜨겁게 달궜던 ‘펀드 열풍’을 기억하는가? 당시엔 두 명만 모여도 빠트리지 않았던 단골 주제가 바로 ‘펀드’였다. 펀드상품 투자는 트렌드였고, 가지고 있지 않으면 뒤처지는 사람으로 취급받던 그런 시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펀드 용어조차 생소한 사람들마저 너도나도 돈을 들고 금융기관으로 달려 갔다. 아마도 우리나라 금융투자 역사상 ‘묻지마 투자’의 첫 시효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대가는 참담했다. 수익은커녕 큰 손실로 환매하는 사람이 속출했고, 2008년 미국의 대형투자은행 3곳의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야기된 금융위기로 묻지마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디지털자산 투자로 행복한 꿈을 꿨던 2020년 상반기를 떠올려 보자. 어떤 디지털자산이든 투자만 하면 무조건 큰 수익이 나 ‘코인 열풍’에 밤잠을 설쳤었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자하는 투자자)’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묻지마 투자’가 다시 성행했고, 많은 젊은이들이 디지털자산 투자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다. 크립토 윈터가 찾오면서 영끌족에 합류했던 많은 사람의 계좌는 바닥이 났고, 젊은 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빚 갚는 데에 월급 대부분을 바쳐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불을 기억하지 못해 다시 불 속으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는 불나방의 신세가 된 것이다. 하지만 반면교사의 교훈은 이때도 작동하지 않았다. 



공포와 탐욕, 그 어딘가의 지점에서 

공포와 탐욕지수가 있다. 시장이 과매수 구간인지 과매도 구간인지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지수다. 주로 주식시장에서 사용되었는데, 이제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수가 ‘0’에 가까워지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시장은 매도세가 강해진다. 반대로 ‘100’에 가까워지면 투자자들의 탐욕이 극대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매수세가 강해진다. 이처럼 0과 100으로 가까워진다는 것은 곧 반대상황이 벌어질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에 극한의 수치는 늘 경계해야 한다. 

투자자는 항상 ‘공포와 탐욕’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중에 어떤 것을 더 경계해야 할까? 진정한 투자는 욕심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는 ‘탐욕’을 더 경계해야 한다. 철학자 몽테뉴는 “탐욕은 일체를 얻고자 욕심내어서 도리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라고 말했다. 가진 것을 지키는 것도 어찌 보면 성공한 투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면, 묻지마 투자를 앞세운 ‘탐욕’부터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선 탐욕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돌아보는 ‘반면교사’가 꼭 필요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치세션(Richcession)’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했다. 부자를 의미하는 ‘리치(rich)와 불황을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이 조합된 것으로 2023년도엔 부자들도 힘들 한 해가 될 것이다’라는 암울한 전망을 표현한 것이다. 물론 거시적인 경제 상황을 진단한 것이지만, 디지털자산 시장도 예외일 순 없다. 크립토 윈터와 리치세션의 2023년을 맞을 것인지 아닐지는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던 과거의 불행들을 잊지 않는 ‘반면교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정성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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