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블록체인으로 투표에 신뢰를 더하다
블록체인으로 선거를 한다고?
금융, 유통,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신뢰의 기계(The trust machine)라 불리는 블록체인.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정치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은 신뢰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견을 담아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투표에 블록체인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14년 창당하며 주목받은 스페인의 정당, 포데모스(Podemos)를 꼽을 수 있습니다.
포데모스는 스페인어로 ‘우린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포데모스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인 아고라 보팅(Agora Voting)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위조나 변조가 불가하다는 블록체인 특성을 투표에 반영하면 신뢰성과 보안성을 갖출 수 있고, 자신의 표를 추적하여 의사결정에 반영된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으로도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성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포데모스는 정책결정, 공천, 집행부 선출 등 정당 운영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아고라 보팅으로 진행하며 당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편의성이 높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해킹의 우려도 없습니다. 그래서 포데모스는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여 블록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6년 창당한 호주의 플럭스(Flux)도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로 당원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포데모스와 다른 점은 정당에서 진행되는 투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 투표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관심이 있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분야가 달라 결정을 하기 어려운 분야가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 선택을 하지 못하여 투표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사람에게 투표권을 위임하여 효율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 환경에서 이뤄집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북유럽의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입니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이 적용된 전자정부 시스템 엑스로드(X-Road)와 디지털 ID를 기반으로 공공 서비스를 비롯한 금융,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혼, 이혼, 부동산 매매 외의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삶에서 중요한 결정이니 신중하게 선택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블록체인 선진국 에스토니아는 2005년 지방선거부터 온라인 투표를 시행하였고, 이후 블록체인까지 적용하였습니다. PC나 모바일 등의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온라인 환경만 갖춘다면 디지털 ID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없이 투표가 가능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정해진 장소에 방문해서 투표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 투표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여 2021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그 비중이 46.6%에 달했습니다. 또한 전자 투표 비중이 높아질수록 투표율도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투표장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을 줄여 55세 이상의 장년층과 고령층의 전자투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에스토니아의 주요 선거 투표율
<출처: 에스토니아 선거관리위원회>
에스토니아 전자투표의 또 다른 특징은 약 일주일간 진행되는 투표 기간 내에 재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투표 기간 중에 지지하는 후보자가 바뀔 경우 다시 기표하여 선택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개표 시에도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며 개입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선거의 의혹이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블록체인 투표는 어디까지 왔을까
국내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3년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도입한 상황으로 정당의 경선, 아파트 동대표 선거 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온라인 투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시범사업까지 마친 상황으로, 해마다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해왔습니다. 2022년에도 신원확인 체계 고도화,블록체인 시스템 성능 보강,주민투표 플랫폼 구축 등 필수 과제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시스템 기반 강화’ 사업을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출처:중앙선관위원회 홈페이지>
다만 아직 전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등에 활용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점차 온라인 투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머지않아 전국 단위의 블록체인 투표를 기대해 볼 만합니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전자투표가 시행된다면 몇 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투표와 개표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난 대통령선거 때 부실한 관리로 논란이 되었던 사전투표 등의 문제를 관리할 수 있고, 개표에 따른 부정선거 의혹이 덜 해질 것입니다.
4년 뒤 2026년에 시행될 ‘제9회 지방선거’에서는 온 국민이 간편하게 클릭 또는 터치만으로 간편하게 투표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커넥팅랩. 현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