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의 럭셔리 경험을 증강하는 블록체인 기술

중급11분 소요2024-07-30

위조품을 차단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 시작

명품 산업은 미국의 소비 감소, 중국의 성장 둔화 등 거시경제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펀더멘털이 강한 대표적인 산업입니다. 2023년 11월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명품 시장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명품 경험 추구에 힘입어 전년 대비 8~10% 성장한 1조 5천억 유로의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간 명품 산업은 IT기술을 도입하는 것에도 적극적이었는데요. 2022년 4월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럭셔리 그룹인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와 프라다, 카르띠에가 손잡고 '아우라(AURA)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컨소시엄의 목적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일종의 디지털 보증서를 제공함으로써 위조품 유통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보증서에는 해당 제품이 언제 어디서 제조됐고,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는지 등의 정보를 담고 있었죠.


명품 업체가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블록체인 기술에 기대게 된 까닭은 위조품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입니다. CNN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17년에 명품 업체들이 위조품으로 인해 손해를 본 매출 규모는 약 980억 달러 상당으로 추산됩니다. 세계 명품 시장의 최대 구매국가 중 하나인 한국의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특허청이 2021년 압수한 명품 제품들을 브랜드별 정품가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롤렉스 112억 원, 샤넬 64억 원, 루이비통 43억 원, 까르띠에 41억 원, 오데마피게 36억 원으로 집계되었죠. 


[2021년 압수된 명품업체의 위조 제품(정품가액이 큰 순으로 나열)]

 

출처: 특허청


최근에는 블록체인 적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럭셔리 경험 제공하고자 노력

하지만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상황이 다소 바뀌었습니다. 물론 위조 제품의 유통을 막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고 있으나,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명품 업체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LVMH의 의류브랜드인 '로로피아나(Loro Piana)'를 꼽을 수 있습니다. 로로피아나는 최근 ‘왕의 선물’(The Gift of Kings)이라는 티셔츠 제품 라인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해당 티셔츠를 구입하면 QR코드로 접속 가능한 블록체인 보증서가 함께 제공되는데요. 고객들은 블록체인 보증서를 통해 양모 원단 의류 제품의 원료 산지 정보를 알 수 있으며,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제작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 등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콘텐츠로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티셔츠 하나에 2,000달러가 넘는 고급 제품인 만큼 그 가치까지 소비자에 전달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과거에는 블록체인 보증서가 단순히 정품 인증 용도로만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모든 명품 브랜드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에 하나인 '장인정신'을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의 내용을 잘 설명한 것이 2024년 7월 LVMH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사샤 로월드(Sascha Rowold)가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내용인데요. 그는 "럭셔리 브랜드가 가장 잘하는 일이 스토리텔링"이며, "우리의 일을 잘 포장해 그것을 토대로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고객들이 제품을 갈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로로피아나의 사례에서는 블록체인을 통해 호주나 뉴질랜드의 최고급 양모 메리노울로 만든 셔츠 제품이 양모에서부터 의류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주 소비층이 33~55세의 고소득층들인 것을 감안해, 그들에게 특권을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운 느낌과 쇼핑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대목이죠. 


명품 업체들은 블록체인 기술 활용성에 주목 지속할 것

하지만 사샤 로월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함에 있어 명품 업체들의 자생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아직 기술의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손상시킬 수 있는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확한 기술 활용 전략을 꼽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요지였는데요.


더불어 다른 기술의 성장세에 밀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명품 업체들이 AI에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지만 웹3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LVMH의 2023년 IR자료를 살펴보면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3번 등장한 반면, ‘AI’는 단어가 6번 등장한다는 점을 통해 각각의 기술에 대한 관심도를 비교하며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럭셔리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실제로 제품을 이용한 고객들의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가치를 느끼게 되는 기술 효용성이 커진다면 앞으로 재미있는 시도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술 효용성과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샤샤 로월드의 멘트를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저희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시장에서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매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이처럼 웹3에서도 기술적 설명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가치 제안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웹3와 NFT가 제공하는 가치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LVMH CMO 사샤 로월드, 2024년 7월-


커넥팅랩 민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