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가치평가법 stock-to-flow 모델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자산은 기존에 존재하는 금융투자상품이나 현물과 다르기 때문에 그 가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자산의 일일 거래량은 이미 우리나라 증권거래소의 거래량을 뛰어넘는 등 디지털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이에 전 세계 인덱스를 대표하는 S&P 글로벌은 이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포함된 일부 가상자산의 성과를 추적하는 S&P 가상자산 인덱스를 출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 LookIntoBitcoin.com>
이 이미지는 비트코인에 대해 가치평가 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모델 중 하나인 Stock-to-Flow 모델로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한 차트입니다.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선은 비트코인의 실제 가격을 나타내며 계단 모양으로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의 적갈색 실선은 Stock-to-Flow 모델에 따른 가격예측선입니다.
Stock-to-Flow 모델이란?
일명 S2F 모델로 줄여서 부르는 이 모델은 2019년 해외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인 ‘플랜B’에 의해 고안된 지표로 특정 자산이 얼마나 풍부한지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S2F모델 비율은 총량을 생산량으로 나눈 값으로 해당 비율을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의 총량이 100톤이고 연간 1톤씩 생산된다면 해당 시점에서 S2F 모델 비율은 100이며 이는 같은 공급량으로 100년을 채굴해야지만 총 100톤을 생산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비트코인과 Stock-to-Flow 모델
Stock-to-Flow 모델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 차트를 신뢰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이 희소성과 내구성 그리고 유연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합니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 여겨지는 자산에는 금과 은이 있는데요. 금과 은은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없고 오랫동안 녹슬거나 변색되지 않습니다. 또한, 나누고 숨길 수 있으며 쉽게 운반할 수 있는 자산이기에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있었습니다.
S2F 모델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이 최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으며 블록당 채굴할 수 있는 채굴량이 제한되어 있고 상당한 채굴기와 전기사용 비용이 들기에 상대적인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상에서 전자적인 형태로 존재하며 노드가 존재하는 한 영속적이기 때문에 내구성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소수점 8자리까지 쉽게 분할할 수 있으며 익명으로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연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비트코인은 반감기라는 특이한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대략 4년 정도의 주기로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21만 블록마다 일어난다고 합니다.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생성된 후 2012년, 2016년, 2020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반감기가 있었으며 2009년 50 BTC에서 2020년 6.25 BTC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반감기 개념으로 인해 S2F 모델에서 적갈색 실선이 계단식 모양을 띠게 됩니다.
그리고 S2F에서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실제 비트코인 그래프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각 점에 칠해진 색깔은 다음 반감기까지 남은 일수를 의미합니다. 0에 가까운 보라색에서 1400에 가까운 빨간색으로 바뀌는 지점을 대상승장의 초입으로 간주하여 매수구간으로 보며 반감기에서 1년에서 1년 반 정도 지난 연두색에 가까운 시점을 대상승장의 마무리로 간주하여 매도구간으로 봅니다.
Stock-to-Flow 모델의 한계
S2F 모델의 가장 대표적인 한계는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입니다. 해당 모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시간이 지나며 감소하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급격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부분은 해당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거시적인 수준에서 변동성은 꾸준히 감소 중이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시작부터 자유시장에서 결정되어 공개적인 시장의 참여자들에 의해 조절되어 여전히 변동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두 번째 한계는 경제적인 이론에 근거할 때 수요에 관한 논의가 생략된 모델입니다. S2F 모델은 공급곡선이 평평한 경우를 가정하는데요. 이미 채굴된 양에 관계없이 추가로 비트코인 1개를 채굴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일정한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하지만 실제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2주에 한 번 변경되며 채굴자가 아닌 기존 비트코인 보유자(잠재적 판매자)들의 판매의사가 급변할 수 있습니다. 신규 투자자들의 비중과 비트코인의 수요 증가가 충분히 빠르지 않을 경우 기존 보유자들의 가치평가에 의해 가격이 급격한 변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랙스완같이 다른 외부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모델입니다. 블랙스완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중국 정부의 채굴사업자 규제가 해당될 수 있겠죠? 중국 정부가 중국 내에서 디지털자산 채굴업을 제재하기 시작하자 한때 비트코인 해시레이트의 66%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의 채굴시장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국 채굴업체들의 폐쇄로 급격한 해시레이트 하락이 일어남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