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토큰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1)

by 조동현 언디파인드랩스 대표조회 7232025-12-02

저도 그렇지만 많은 디파이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디파이 토큰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TVL이 얼마나 늘었는지, 수수료가 얼마나 쌓였는지, 유저가 실제로 활동하는지, 알다시피 온체인 데이터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가격은 그 투명한 숫자들을 즉각 반영하지 않으니까요. 최근 크립토 기반 투자 기업인 그린필드 캐피탈(Greenfield Capital)이 이 답을 위해 상당히 성의있는 분석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77개 디파이 프로젝트의 TVL, 수수료, 매출, 거래량, DAU, 트랜잭션 수, 재무 구조 등 핵심 지표를 모아, 이런 펀더멘탈 요소들이 1개월, 3개월, 6개월 후의 토큰 가격과 수익률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저 역시 이 자료를 통해 디파이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금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디파이 프로젝트들의 펀더멘탈 요소들. 출처 : 그린필드 캐피탈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양한 디파이 펀더멘탈 요소들은 토큰 가격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다만 시장이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방식이 ‘즉각적’이 아니었습니다. 디파이 펀더멘탈의 위력은 시간이 누적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구조였습니다.


출시 후 1개월 구간에서는 펀더멘탈(형광색)의 영향력이 시장(적색) 변동에 비해 현저히 적다.

출처: 그린필드 캐피탈


우선 1개월 구간에서는 디파이 모든 영역에서 시장 베타가 거의 전부를 설명했습니다. 시장 베타란 특정 디지털 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비트코인 또는 전체 시장 지수 대비 얼마나 민감한가를 말합니다. 


1개월 구간에서는 대표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그 순간의 파동이 너무 강해서, 개별 프로토콜의 지표들은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보이지 않았습니다. TVL이 늘어난 프로젝트와 줄어든 프로젝트의 차이도 바로 구분되지 않고, 매출이 증가했던 프로토콜도 단기적으로는 시장 전체 움직임에 함께 밀리거나 밀려올라가는 흐름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개별 프로젝트의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시장이 변동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펀더멘탈이 묻혀버렸습니다.

출시 후 3개월 구간에서는 펀더멘탈(형광색)의 영향력이 시장(적색)의 영향력 격차가 좁아진다.

출처: 그린필드 캐피탈


하지만 3개월 구간으로 넓히면 개별 프로젝트의 펀더멘탈이 조금씩 반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TVL이 인센티브 때문에 하루 이틀 늘어났던 프로젝트와, 실제 사용자가 붙어 꾸준히 유지된 프로젝트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구간도 바로 3개월 부터입니다. 디파이 수수료가 일시적 프로모션으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해 발생한 것인지도 3개월 동안 보면 어느 정도 걸러집니다. 이 흐름 덕분에 TVL, 수수료, 매출, 거래량 같은 지표는 시장 베타가 차지하던 자리를 조금씩 가져오기 시작하고, 분석자들도 ‘변화의 지속성’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출시 후 6개월 구간에서는 펀더멘탈(형광색)의 영향력이 가장 앞서게 된다.

출처: 그린필드 캐피탈


6개월 구간에서는 흐름이 더 분명해집니다. 이 정도로 시간이 충분히 지나 데이터가 쌓이고 나면, 디파이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요소 중, ‘실제로 활동이 유지되고 꾸준히 수익을 내는가’ 하는 부분이 더 높게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단순히 TVL이 증가했다고 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동안 유동성이 유지되었는지, 그 유동성이 거래량과 수수료로 이어졌는지, 그 수수료가 다시 프로젝트 재무구조로 흘러들어갔는지를 함께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TVL이 올랐는데 수수료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면 시장은 ‘잠깐 반짝한 유동성’으로 판단해 평가를 높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TVL은 크게 요동치지 않아도, 꾸준히 수수료와 매출을 쌓은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나며 가격과의 연결이 강화됩니다.


6개월 구간부터 시장이 핵심적으로 반응했던 지표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TVL의 지속성 입니다. 단순히 증가하는 것보다 그게 얼마나 유지되는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둘째, 수수료 수익입니다. 수수료 수익은 조작이 어렵고, 실제 사용자가 비용을 지불해야만 발생하므로 시장이 가장 신뢰하는 지표였습니다. 셋째, 매출입니다. 이 항목은 특히 2024년 이후부터 중요도가 확연히 높아졌는데, 이는 디파이 시장이 바라보는 포인트가 단순 활동의 증가가 아니라 경제적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4년 이후 펀더멘탈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

출처: 그린필드 캐피탈


재미있던 점은 시장 환경에 따라 펀더멘탈이 가격에 반영되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2021~2022년 같은 큰 변동성이 동반 되었던 구간에서는 약세장에서 펀더멘탈의 역할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시장 전체가 흔들릴 때는 어떤 프로젝트든 속절없이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이후에는 약세장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TVL이 유지되는 프로젝트는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꾸준히 매출이 발생한 프로토콜은 회복 구간에서 먼저 반응했습니다. 


그린필드 캐피탈의 자료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요즘의 디파이 시장은 짧은 시간 단위에서는 여전히 시장 전체 파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개별 프로젝트의 실제 활동이 가격에 차분하게 반영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가 될 것 같습니다. 

디파이 프로젝트 토큰의 적정 가치를 파악하려고 할 때, 하루 이틀의 가격 변화는 거의 소음에 가깝습니다. 적어도 3~6개월 동안 지속된 지표의 흐름 속에서 프로젝트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디파이 바라볼 때는 단기적 이벤트보다 3~6개월 동안 지속된 지표의 흐름이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이해하는 데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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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현 언디파인드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