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토큰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2)

by 조동현 언디파인드랩스 대표조회 832025-12-18

지난 칼럼에서는 그린필드 캐피탈(Greenfield Capital)의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디파이 섹터 디지털 자산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봤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디파이 섹터 디지털 자산은 출시 1개월까지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시장의 큰 가격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3개월 혹은 6개월 간격으로 살펴보면 디파이 관련 펀더멘털 영향력이 점점 커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디파이 영역에서 정말 큰 성공 사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오늘은 몇 개의 현실 사례를 가지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GENIUS ACTs’ 법안 통과로 흥행한 메이플 파이낸스


메이플 파이낸스는 기관 대상 디지털 자산 담보대출을 제공하는 프로토콜입니다. 2022년 상승장에는 기업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했으나, 하락장 전환과 함께 원금 회수 리스크가 부각되며 구조 전환을 선택했습니다. 2024년 11월 리브랜딩 이후 디지털 자산 담보대출 모델로 재편했고, 리테일 자금을 온체인으로 유치하기 위해 이자가 자동 누적되는 일드베어링 토큰 (이자 또는 수익을 창출하는 개념의 디지털자산) ‘SyrupUSD’를 출시했습니다. 기업대출 수익이 온체인에서 직접 반영되는 구조 덕분에 2025년 1월에는 운용자산규모(AUM) 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25년 7월 미국에서 ‘GENIUS ACTs’ 법안이 통과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시장의 핵심 이슈가 됐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미국 국채를 대규모 매입하며 보유 순위 17위권까지 올라섰고, 기관들은 4% 후반대의 금리를 낮은 리스크로 확보할 수 있어 발행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곧 “국채 금리 이상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기준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때 ‘일드베어링 토큰’ 내러티브가 부상하며 온체인 금리 경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메이플 파이낸스는 이 흐름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습니다. 2025년 1월 5억달러 수준이던 AUM은 일드베어링 내러티브 확산과 함께 10배 이상 성장하며 50억달러 규모로 확대되었습니다. 2024년만 해도 의미 있는 매출이 거의 없던 프로젝트였지만, 올해는 수수료 수익 1억23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업 모델을 입증했습니다. 시가총액 역시 1억달러대에서 한때 6억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었습니다. 


세상 일이 대부분 타이밍이 중요하듯, 디파이 섹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의 수요와 관심이 확 집중되는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것들과 자신의 프로덕트를 빠르게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강력한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테마에 잘 올라탄 메이플 파이낸스의 사례를 보면 그런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플루이드(Fluid)와 에이브(Aave)의 성공 비결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오래된 디파이 프로젝트인 플루이드(Fluid) 역시, 꽤 오랜 기간 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리브랜딩 이후 성공을 거둔 케이스입니다. 이들은 인스타댑(Instadapp) 시절 TVL은 60억달러까지 확대됐고 매출도 꾸준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잘 만든 도구’ 이상의 내러티브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토큰 시가총액도 약 4000만달러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들은 최근 단일 유동성 풀 위에 대출, DEX, 볼트를 통합하는 구조로 전환하며 플루이드로 리브랜딩을 감행했습니다. 말하자면 기존에 유지하던 조잡한 구조를 정리하고, 시장에서 유행하는 구조로 체질 개선을 한 셈이죠. 그 결과 연간 2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이 만들어지며 단숨에 눈에 띄는 프로젝트로 변모했습니다. 토큰 시가총액은 10억달러 수준으로 재평가되었습니다.


조금 더 대중적인 예로는 2018년 이더랜드(ETHLend)가 에이브(Aave)로 리브랜딩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더랜드가 내놓았던 초창기 P2P 대출 구조는 당시 기준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시장의 내러티브는 이미 풀(pool) 기반 머니마켓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빠르게 파악한 팀은 방향을 전환했고, 시장이 원하는 구조를 정확히 구현한 Aave를 만들어냈습니다. 제품의 시장 적합성(PMF)이 증명되자 AAVE 토큰 가치는 수백 배 재평가되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펀더멘털이 있었느냐’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디파이 프로젝트가 만들어내는 펀더멘털이 시장이 원하는 방향과 정렬되었느냐’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본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좋은 숫자 위에 지속 가능한 내러티브가 붙어야 


결국 디파이에서 숫자는 출발선에 불과합니다. TVL과 매출은 현재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며, 프리미엄은 미래의 확장 가능성과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 위에 붙습니다. 좋은 데이터 위에 지속 가능한 구조와 스토리가 쌓일 때, 시장은 단순 실적을 넘어 미래 멀티플을 가격에 반영합니다.


그래서 디파이를 바라볼 때는 초점을 조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기 가격이나 이벤트보다, 3~6개월간 지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앞으로 더 큰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파이 시장은 단기 변동성은 여전히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비즈니스가 남고 그 위에 가격이 쌓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디지털 자산이 함께 오르는 ‘불장’은 사라졌지만, 대신 잘 설계된 프로젝트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기 수익률은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신뢰 자본과 장기 투자자를 끌어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디파이 시장은 이제 ‘투자의 시장’으로 성숙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콘텐츠에 나오는 모든 내용은 디지털자산 관련 동향을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투자 권유나 특정 디지털 자산의 매수·매도를 추천하는 목적이 아닙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판단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으며, 이 자료를 이용한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조동현 언디파인드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