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기관투자자 매수세를 기다리며

by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조회 3832025-12-11

11월 말 8만달러 가까이 하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보름 여 동안 9만달러 부근에서 횡보 중입니다. 한 때 9만4000달러까지 회복했지만, 뒷심이 뒤따르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말 이 가격대에서 10만달러를 넘어가는 과정에는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매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DAT(Digital Asset Treasury) 기업들의 매수세가 상당히 주요하게 작용했지요. 문제는 비트코인 가격이 1년만에 다시 그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전통 고래투자자들은 여전히 10만달러 부근에서 매도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수는 줄었고, 매도는 많아진 상황입니다. 이 수급 불균형을 뛰어넘어 상승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강력한 매수 주체가 필요합니다. 


오랜만에 BTC 1만개 샀는데…’스트래티지 효과’는 없었다


이런 점에서 7일 나왔던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추가 매수는 긍정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날 약 10억달러의 자금을 들여, 개당 9만615달러에 1만624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몇 개월 간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주간 1만개 이상의 비트코인 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입니다. 9월과 10월에는 두 달 합쳐서 2745 BTC를 매수하는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주마다 5만개 넘게 'BTC 폭풍 매수'를 하던 것과 너무 대조적인 행보였습니다. 그러던 스트래티지가 12월 첫 주에는 다시 1만개 이상으로 BTC 대량 매수에 나선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오랜만에 비트코인을 크게 사들인 '스트래티지 효과'에 힘입어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비트코인은 잠잠했습니다. 스트래티지 발표 이후 시점에서 계측해보면 오히려 가격이 약 1%p 하락 마감됐습니다. 


이후 공개된 자료를 보면 스트래티지 효과가 발동되지 않은 상황에 고개를 끄덕일만 합니다. 스트래티지는 최근 하락 과정에서 회사의 존속 가능성에 대해 의혹이 불거지자 연간 10% 배당 수익률을 지급하는 우선주를 매각해 비트코인 매수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스트래티지 보통주식(MSTR) 지분 희석을 최대한 막으면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를 보면 지난주 STRD 매각 자금은 약 3490만달러 정도에 그쳤습니다. 스트래티지는 나머지 비트코인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MSTR 주식 약 512만 주를 매도했습니다. 비트코인 매입에 사용한 10억달러 중 약 96%가 보통주 MSTR 매각에서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스트래티지의 SEC 제출 Form 8-K 공시 문서. 출처 : SEC


보통주를 매각하면 MSTR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지금처럼 하락장 분위기가 완연한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MSTR 주가는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악순환이 발생하고, 결국 스트래티지는 더이상 비트코인 매입 자금을 시중에서 마련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전략적인 타이밍 계산 없이 비트코인을 매수하다가는 자칫 '좀비 기업'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STRC나 STRD 같은, 스트래티지 우선주에 대한 시장 수요에 대해서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트래티지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비트코인 매수 자금 대부분을 보통주 매도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러한 매수가 계속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믿을 것은 거시 경제 지표들 뿐?


그나마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DAT 기업들 중에서 가장 형편이 나은 편에 속합니다. 갤럭시 디지털은 지난 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DAT 기업들의 매수 단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대규모 미실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령 일본의 대형 DAT 기업인 메타플래닛은 10월 초까지만 해도 약 6억 달러의 미실현 이익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2월 1일 기준 약 5억3000만 달러의 미실현 손실 상태로 전환됐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DAT 기업이나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는데도 거시 경제 지표 호전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자연 상승하는 경우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와 함께 대규모 자산 매입을 시사한다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하락하는 가운데, DAT 기업들이 자신들이 보유 물량을 시장가로 매도하는 것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자금난에 빠진 DAT 기업들끼리 대규모 인수 합병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막으면서, 위기에 빠진 기업 주주들도 어느정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합니다. 갤럭시 디지털은 비트코인 고점에서 무리하게 주식을 발행했거나 부채를 쓴 기업은 구조조정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스트래티지처럼 어느 정도 유동성을 미리 확보한 기업들이 쓰러지는 DAT 기업을 헐값에 사서, 다시 기업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연말은 앞둔 비트코인 가격에 어떤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투자자의 한 사람으로서 연준이 자산매입을 천명하고 단기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어주길 기원합니다. 하지만 다른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반드시 리스크 관리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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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