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올바른 디지털 자산 투자를 위한 새로운 시선
새봄의 설렘으로 가득 찬 3월, 미국발 된서리로 불안한 주말이 다시 다가왔다. 지난 3월 10일, 총자산 2,090억 달러(2022년 기준)로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SVB는 연1%대였던 10년 만기 미국국채금리가 4%대를 돌파하면서 은행의 손실이 커졌고, 주가도 급락했다. 은행은 누적된 18억 달러의 채권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22억 달러가 넘는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느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로 인해 순식간에 파산까지 이어졌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과 40년 가까이 성장해온 SVB가 파산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44시간. 디지털 자산 시장도 SVB의 파산에 덩달아 출렁거렸다. SVB 파산소식이 전해진 후 비트코인은 2,670만 원대 후반까지 주저앉았다. (2023.3.10 업비트 기준)
3월12일,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긴급히 공동성명을 냈다. 실리콘밸리은행에 돈을 맡긴 모든 고객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SVB가 개인고객보다는 스타트업 대출에 특화되어 있어 파산으로 인한 시장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의견이 있었지만, 더 큰 뱅크런을 막고 후속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금융충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미국 정부의 보증으로 인해 시장은 빠르게 안도하기 시작했고 디지털 자산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미국 정부의 발표 후 비트코인 가격은 짧은 시간에 2,900만 원 초반대까지 8%가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2023.3.13 업비트 기준)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심리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중의 하나는 '심리'다. 물론 '고래'라 불리는 큰손이 시장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심리' 즉, 투자자의 마음이다. 디지털 자산은 물론 주식 투자자들이 쉽게 흔들리는 이유도 다양한 심리환경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가즈아(가자의 속어)'를 외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왜 그런지 살피지 않고 무조건 매수주문부터 걸어놓는가 하면, '돔항쳐(도망쳐의 속어)'라는 말이 등장하면 묻지도 않고 매도주문 걸기에 바쁘다. 전후사정을 따져보지 않고 ‘묻지마 투자’에 뛰어들다 보니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며 푸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는 '군중심리'를 경계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를 지키며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군중심리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다수 의사에 맹종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군중의 익명성은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정보를 양산하고, 이를 선별하지 못하는 참여자들은 ‘손실’이라는 뼈아픈 결과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하는 디지털 자산을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매수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이것을 놓치면 나만 뒤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엄습해 온다. 군중심리가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매수하고 나면 곧바로 급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반드시 원상 복구될 것이라는 믿음에 ‘존버('끝까지 버티는 것을 의미하는 속어)’를 외치며 기한없는 버티기에 돌입한다. 결국 바닥난 계좌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뒤늦은 후회를 할 뿐이다.
군중심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디지털 자산은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려운 시장이다. 따라서 군중심리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시장의 흐름을 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다음을 명심해야 한다.
첫 번째,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 투자 격언 중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Don’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t)'는 말이 있다. 이 말인즉,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산투자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디지털 자산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개념이다. 모든 투자에 있어 ‘몰빵 투자’는 바닥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투자처를 다양하게 만들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분산투자를 하면 잘못된 판단으로 큰 손실을 맞게 되더라도, 심리적인 흔들림이 적어 이성적인 판단과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두 번째, 현명한 투자를 위해서는 ‘고립 공포감(FOMO, Fear of Missing Out)을 이겨내야 한다. 다수가 매수에 참여하는 상황을 목격했을 때 나만 투자하지 않으면 뭔가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나, 반대의 상황에서 나만 팔지 않고 있어 느끼는 공포감은 투자 판단을 흐리게 한다. 나만 뒤처지거나 소외된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감은 투자자가 꼭 다스려야 할 마인드이다. 고립 공포감을 피하기 위해서는 평소 투자대상에 대한 꾸준한 정보습득과 학습이 필요하다. 지식과 경험만큼 공포감을 없앨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없다. 공포를 경험했을 때 그것을 이겨낸 사람만이 다시 다가온 공포를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평소에 투자 시 겪는 고립공포감의 실체를 이해하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노력이 병행될 때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는 투자가 가능해진다.
세 번째, 디지털 자산과 관련한 과대 선전과 흥분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투자는 무엇보다 '냉정'이 필요하다. 시장이 아무리 뜨거워도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 한 발짝 멀리한 상태에서 손댈 수 있을 정도의 온도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대한 선전과 흥분이 가득한 곳에서 발생하는 군중심리는 투자에 꼭 필요한 냉정과 이성을 무너뜨리는 위험요인이 된다.
자기 객관화에 집중하라
“저 포도는 먹을 수 없어. 너무 신 포도일 뿐이야.”
포도송이가 너무 높은 곳에 매달려 있어 포도를 먹을 수 없었던 여우가 한 말로, ‘자기 합리화’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생각과는 다른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의 뇌는 ‘자기 합리화’를 찾는다. 여우는 포도를 먹지 못하는 실망감을 감추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도맛을 탓한 것이다. 보통의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투자성향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결국엔 ‘언제가’, ‘나는 예외’ 등의 말을 되뇌이며 자기 합리화의 길을 걷는다. 손절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대박 날 그날을 꿈꾼다. 하지만 꿈은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그래서 ‘자기 합리화’가 아닌 ‘자기 객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놓인 현재의 환경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자신이 머물렀던 곳을 바라보자. 마음속으로 한 발짝 물러나는 상상을 해도 좋고, 실제로 일어서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보는 것도 좋다. 생각에 머물지 않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구체성과 객관화를 강화시킨다. 자기 객관화는 평소에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자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군중심리에 휩싸여 오늘도 갈팡질팡 투자하고 있는 자신을 자각했다면, 앞에서 제시한 방법과 함께 ‘자기 객관화’ 방법을 사용해보자.
한국경제TV
올바른 디지털 자산 투자를 위한 새로운 시선
[함지현 연구원의 EX레이더] 토큰 증권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칠 ‘나비효과’
다음 글[함지현 연구원의 EX레이더] 은행의 위기에도 비트코인은 ‘잘’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