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현 연구원의 EX레이더] 은행의 위기에도 비트코인은 ‘잘’ 버틸 수 있을까?

by 함지현조회 1,3482023-04-11

최근 금융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뱅크 등 중소형 은행이 파산한 데 이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럽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마저도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또 그 불똥이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로도 튈 수 있다는 공포심이 확산된 탓에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지난 3월 24일 하루 만에 15% 떨어지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방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면서 향후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선 하반기에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도 내놓는다. 


그 와중에 비트코인은 은행 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 3월 12일부터 2만 달러를 넘긴 후 4월 5일 현재 2만 8,00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트코인이 가격을 방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1) 전통 금융에 대한 신뢰 하락 (2) 헤지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3) 연준의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 이렇게 총 3가지로 추정된다. 


전통 금융에 대한 신뢰도 하락   

이번 은행 위기는 전통 금융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동안 러그풀(Rug Pull;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의 핵심 개발자들이 디지털 자산 가격이 전고점을 찍은 상태에서 다 팔아버리고 잠적해 사실상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행위)이 성행하던 디지털 자산 업계와 달리 전통 금융, 특히 은행권은 맡긴 돈에 대한 신뢰가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바젤Ⅲ 규제에 따라 은행은 Tier 1(보통주로 조달한 보통주자본과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된 기본자본)을 최소 6% 이상 유지해야 한다. ‘코코본드’로 알려진 조건부 전환사채는 Tier 1으로 분류된다. 한 마디로, 코코본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원금은 되돌려 받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코코본드 :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의 한 종류로, 조건부자본증권(Contingent Convertible Bond)의 영문 약자, 금융회사가 ‘빚을 못 갚겠다’고 선언하면 채권자가 보유한 코코본드가 주식으로 바뀌거나, 채권자에게 원금을 갚지 않을 수 있음


그런데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이 크레디트스위스의 160억 스위스 프랑 상당의 코코본드 전액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코코본드에는 ‘은행의 존폐가 달린 긴급한 상황에서는 전환 조건을 채권자가 아닌 은행이 제어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코코본드 보유자들은 원금은커녕 약 3분의 1 토막이 나버린 크레디트 스위스의 주식만 돌려받았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그간 안전하다고 믿어진 채권과 더 나아가 은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엔 충분했다.



은행 위기에 대한 헤지 수단

이처럼 여러 은행에서 문제가 터지자 비트코인이 다시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 금융권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또다시 실패하는 바람에 비트코인이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Gold)과의 상관관계(correlation)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한때 강한 동조세를 보였던 미국 나스닥 주식과의 상관관계는 많이 약해졌다. 코인셰어즈(CoinShares)의 리서치 책임자는 “공급량에 제한이 있다는 점, 그리고 매우 잘 알려졌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금 사이에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

또 다른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다. 미국 연준이 지난 달 13일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을 시행하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사실상 양적완화를 펼친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BTFP가 대출 프로그램인 만큼, 연준이 유동성을 직접 공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BTFP는 대출을 원하는 은행의 미국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를 담보로 삼을 때 시장가보다 높은 액면가로 쳐준다는 점에서 사실상 양적 완화로 받아들여진다. 이 말은, 연준이 은행에 더 많은 돈을 빌려준다는 의미다.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 : 적격예금기관에 추가 자금을 제공해 은행 시스템을 안정시켜 예금과 신용을 보호하는 것으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도입한 새로운 유동성 지원 기구


연준의 BTFP 시행 이후 3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의 예상은 ‘빅 스텝(0.5%P 인상)’에서 ‘베이비 스텝(0.25%P 인상)’으로 기울어졌다. 심지어 ‘금리 동결’에 대한 예상치도 높아졌다. 연준은 실제로 3월 FOMC에서 금리를 0.25%P 올리는 데 그쳤다.  


여기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며 시장에선 연준이 올해 6월부터 결국 금리를 내릴 것이란 가능성에 베팅하는 추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년물 국채 금리보다 낮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다.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에 대한 전조로 해석된다. 지난 2월 미국 고용지표에서 임금 상승률도 둔화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했을 때, 미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하반기 랠리가 시작되기 전 미리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그럼에도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지금까지 은행 위기에도 비트코인이 상승한 요인을 짚어봤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우선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근 OPEC+ 소속 주요 산유국이 기습적으로 116만 배럴을 감산한 탓에 향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OPEC+ :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러시아, 멕시코 등 석유수출국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


미국 정부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아무리 비트코인이 다른 디지털 자산과 달리 증권성 논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디지털 자산들이 증권으로 분류돼서 증권법 규제를 받게 된다면 비트코인도 그 여파를 피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은행 위기가 확산된 끝에 투심이 완전히 위축된다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외신에 따르면, 10 BTC~1만 BTC를 보유한 지갑 계정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소위 ‘고래’들이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하기보단 일단 매도해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은행 위기가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미리 처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지금은 비트코인의 가격 향방에 대해 확신하기보단 은행 위기가 얼마나 심각해질지, 그리고 비트코인이 그 위기 속에서도 잘 버틸 수 있을지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함지현
연구원

외부 기고자

가상자산 거래소(EX)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포착해 소개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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