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현 연구원의 EX레이더] 조여오는 규제 속 디지털 자산 시장은?

by 함지현조회 2,0062023-06-20

최근 알트코인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가 본격적으로 규제의 칼날을 휘두른 결과다. SEC는 이달 들어 글로벌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와 코인베이스(Coinbase)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고소했으며, 그 과정에서 몇몇 디지털 자산을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칼을 빼든 건 SEC만이 아니다.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CFTC)도 지난 3월 말, 바이낸스와 최고경영자(CEO) 창펑 자오(Changpeng Zhao)를 상품거래법(CEA)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게다가 ‘우키 다오(Ooki DAO)’라는 다오(DAO, 탈중앙화자율조직)에 대해 불법 파생상품 판매 혐의로 제기한 소송에서 완전히 승소했다. 디지털 자산, 디파이(DeFi)에 이어 다오도 이제는 ‘탈중앙화’를 이유로 규제 사각지대에 있기 어려워졌다.  


이처럼 SEC와 CFTC, 미국의 주요 규제 당국이 디지털 자산 사업자의 규제 회피 시도를 원천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SEC, 총 19종의 알트코인 ‘증권’ 분류,

내 코인은 안전할까?


앞서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의장은 비트코인만을 ‘상품(commodity)’이라고 언급하며, 나머지 알트코인은 증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게리 겐슬러가 이더리움에 대해선 증권성 해당 여부를 명백히 가르지는 않았지만,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프로젝트들이 ‘미등록 증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18년 6월, 윌리엄 힌만 전 SEC 이사가 “이더리움은 증권으로 보기에는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다”며 증권성을 부정한 것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미 SEC는 2020년 12월, 리플(XRP)을 증권으로 간주한 바 있다. SEC가 ‘증권성 판단’ 작업에 착수한 일이 처음이 아님에도 이번 사태가 시장에 상당한 여파를 준 이유는, 디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명 디지털 자산들이 대거 증권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설마 진짜로 SEC가 바이낸스, 코인베이스를 고소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깨진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달 초 SEC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자산 중 증권으로 지목한 것은 ▲코스모스(ATOM) ▲BNB ▲BUSD ▲ COTI ▲ 칠지즈(CHZ) ▲폴리곤(MATIC) ▲니어 프로토콜(NEAR) ▲플로우(FLOW) ▲인터넷 컴퓨터(IC() ▲VGX ▲대시(DASH) ▲넥소(NEXO) ▲솔라나(SOL) ▲에이다(ADA) ▲파일코인(FIL) ▲샌드박스(SAND) ▲디센트럴랜드(MANA) ▲알고랜드(ALGO) ▲엑시 인피니티(AXS) 총 19종이다.    


물론 이 명단이 끝은 아닐 것이다. SEC는 이전부터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바탕으로 여러 디지털 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해왔다. 그렇다면 내가 보유한 디지털 자산은 안전한 것일까? 


우선 작업증명(PoW) 방식의 디지털 자산이라면 증권이 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배리 실버트 디지털 커런시 그룹(DCG) 최고경영자(CEO)가 지적한 대로 지금까지 라이트코인(LTC) 등 작업증명(PoW) 기반 디지털 자산은 증권성 디지털 자산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분증명(PoS) 기반 디지털 자산을 스테이킹한 사람들이 기존 법인의 주주와 비슷하며, 디지털 자산이 발행되기 위해 공동의 투자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노력에 의한 이익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기에 하위 테스트에 따른 유가증권이라고 주장한다. 


하위 테스트란? 

1) 자금을 투자(An investment of money)

2) 공동 사업에서(In a common enterprise)

3) 수익을 기대하고(With the expectation of profit)

4) 그 수익이 제3자의 노력에서 나오는지(To be derived from the efforts of others)



CFTC, DAO 대상 법적 공방에서 승소,

"탈중앙화, 규제 회피 수단 안 된다"


2023년 6월 8일(미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은 CFTC가 우키 다오를 불법 파생상품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CFTC의 손을 들어줬다. CFTC가 우키 다오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지 약 9개월 만에 판결이 난 것이다. (관련 콘텐츠 보기)


CFTC는 선물거래 중개회사(FCM)로 등록하지 않고, 마진 트레이딩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 bZeroX가 규제를 피하고자 조직을 다오의 형태로 바꾼 것으로 판단했다. 즉, ‘bZeroX’와 ‘우키 다오’가 그 모습은 다르지만 사실상 한 몸이라고 본 것이다. 


다오를 대상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CFTC는 우키 다오 거버넌스 투표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적이 있는 구성원들 모두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 구성원들이 신원 미상인 탓에 온라인 소송을 진행했다. 즉, 소장을 우키 다오 포럼에 게시하고, 고소당한 구성원들이 우키 다오 챗봇을 통해 대응하도록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a16z 등으로부터 “CFTC가 제대로 통지하지 않았다”라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최종 판결 날, 우키 다오 구성원 중 그 누구도 재판장에 나오지 않은 탓에 ‘궐석 재판(Default judgement)’ 형태로 진행됐다.  


법원은 우키 다오를 규제 준수 의무를 지는 ‘비법인 사단(unincorporated association)’으로 간주했다. 통상 교회, 입주자 대표회의, 부녀회 등이 비법인 사단에 해당한다. 비법인 사단은 법인격은 없지만 법적인 의무는 져야 한다. 즉, ‘비법인 사단’인 우키 다오가 선물거래 중개회사(FCM)로 등록하지 않고, 파생상품을 판매한 행위는 CEA 위반이라는 것이다.


CFTC가 처음으로 다오를 고소한 이유는 명백하다. “탈중앙화를 앞세워 규제를 회피하려고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 전문가는 우키 다오의 소개 문구 중 일부분(when regulators ask us to comply, that we have nothing we can really do because we've given it all to the community)이 규제 당국에게는 '탈중앙화는 규제 아비트리지 전략'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을 것으로 지적했다. 


더 나아가 CFTC는 다오가 대표자 없이 익명성을 앞세운 조직이라고 할지라도, 실제로는 거버넌스 투표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프로토콜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을 것으로 봤다. 



‘규제 불확실성 심화’

미국, 디지털 자산 시장 주도권 놓칠 것


다만, SEC와 CFTC의 움직임 모두 아쉬운 부분은 있다. 디지털 자산 업권법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규제부터 가한 만큼 앞으로 규제 불확실성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SEC의 증권성 명단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들은 다소 애매모호한 하위 테스트만으로 본인들이 증권에 포함될지 여부를 직접 판단해야 한다. 또한, 미국 규제 당국이 특정 디지털 자산을 증권으로 판단했다고 해서 다른 나라도 그렇게 판단할지도 미지수다.


CFTC의 우키 다오 소송 판례 역시 완전히 점 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다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명확하다. (우키 다오는 적어도 bZeroX 창업자들이 우키 다오에 관여한 정황이 명백했다.) 미국 내 규제 불확실성뿐 아니라 글로벌 정합성까지 약해질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의 모습은 2018년 초 한국의 모습과 닮았다. 한국 정부도 업권법이 없는 상태에서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고, 그 결과 당시 디지털 자산 시장을 이끌던 한국은 그 주도권을 미국에 넘기게 됐다. 미국 정부가 규제망을 조여오는 상황에서도 이미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된 디지털 자산 시장은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는 미국이 그 주도권을 다른 곳에 빼앗길 전망이다.


규제의 칼날을 뽑아 든 미국과 달리 홍콩과 영국은 디지털 자산 사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팔을 벌리고 있다. 홍콩증권선물거래위원회(SFC)는 6월 1일부터 디지털 자산 거래소 허가제를 시행하고 요건을 갖춘 곳들에게 디지털 자산사업자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디지털 자산 거래 및 대출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바이낸스, a16z, 써클 등 블록체인 업체들과 적극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도 ‘두바이 복합 상품 거래소’ 내에 크립토 센터를 마련하는 등 디지털 자산 시장의 차기 주자 후보국으로 뽑히고 있다.


물론 규제는 필요하다. 그리고 규제받아 없어질 시장이라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게 낫다. 하지만 그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면, 투자자 보호라는 원래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줄 수 있다. 증권성 판단 등에 대한 기준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할 시점이다. 

함지현
연구원

외부 기고자

가상자산 거래소(EX)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포착해 소개하여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