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센서스 2024’가 보여준 가상자산의 현재와 미래

by 두나무조회 1,5492024-07-01

가상자산 시장은 어디까지 왔나

모든 새로운 기술과 자산의 등장이 그렇듯, 블록체인과 가상자산도 뜨거운 관심과 함께 숱한 사건·사고를 겪으며 혼란기를 지나왔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이 매력적인 시장은 그동안 얼마나 성장해 왔으며 어디까지 나아가게 될까.


지난 5월 강렬한 햇빛과 살갗에 스멀스멀 느껴지는 습한 공기가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알릴 무렵,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컨센서스 2024’에서 그 답을 엿볼 수 있었다.


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2024’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렸다.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2박 3일에 걸쳐 진행된 컨센서스에는 전 세계 600여명의 발표자가 300개의 세션에 참여했다. 특히 미국 대선 후보부터 증권거래위원회(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 월가의 대형 투자 금융기업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 부스에는 메사리, 폴카닷, 스택스, 테조스, 카이코, 체인링크, 헤데라, 리플 등 가상자산 관련 업체가 대거 깃발을 내걸었다.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는 굳건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여전했다. 첫날 세션 발표자로 나선 캐시우드 아크 인베스트 CEO는 “비트코인 가격이 2030년에 150만 달러(약 2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과 반감기 영향 등으로 지난 3월 초 사상 처음으로 7만3천달러(약 1억원)를 돌파한 바 있다.


그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중 무엇을 보유할 것이냐’는 질문에 “비트코인은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며 기술이고 새로운 자산 클래스”라면서 “가상자산 세계에서 비트코인과 경쟁할 만한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낸 말이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한 마디로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적으로 통화 정책은 실패했다”며 “사실상 미국, 영국, 일본, 유럽 등 4개의 기축통화를 제외하면 모든 통화가 그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비트코인이 제대로 정착한다면 비트코인은 글로벌 통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최소 전 세계 통화 공급의 3%를 차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정책·규제 세션에 큰 관심 쏠려

이번 컨센서스의 관전포인트는 가상자산 산업의 규제 방향이었다. 헤스터 피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과 서머 머싱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이 발표자로 나온 세션은 많은 인원이 참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크립토 맘’으로 불리는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미국 의회가 가상자산 법안을 내는 배경은 “SEC가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회가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슬픈 일”이라며 “새로운 도전과제에 법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도록 의회가 SEC에게 준 유연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친(親)가상자산법으로 평가받는 ‘21세기를 위한 금융 혁신 및 기술 법안(FIT21)’은 최근 미국 하원의회를 통과했다. 법안은 테스트를 통해 가상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나누고, 상품일 경우 규제 권한을 SEC가 아닌 CFTC에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머 머싱어 CFTC 위원은 “21세기를 위한 금융 혁신 및 기술 법안(FIT21)을 이행하는 것은 긴 과정이 될 수 있으며, 시행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대선 앞두고 암호화폐 존재감 드러내

이번 컨센서스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미국 대선후보의 연설이었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발표자로 나온 세션은 객석이 모자랄 정도로 가득 찼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지지자들은 객석을 가득 채우며, 친가상자산 발언이 나올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이날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가상자산 입장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도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암호화폐를 거래 통화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암호화폐를 화폐로 취급해야 하며 과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지갑에 대한 주권, 거래의 자유, 투명한 통화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블록체인 기술의 허브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컨센서스 행사장 앞에는 케네디 주니어 후보 지지자들의 선거 운동도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가상자산 적극 품는 전통 금융사…규제 맞춰 신중한 발걸음

지난 5월 SEC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의 심사 요청서를 승인하면서, ETF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상당한 규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리플, 솔라나, 카르다노 ETF가 출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시간 문제”라고 예상했다. 갈링하우스 CEO는 또한 SEC의 불명확한 암호화폐 규제를 비판하며, 미국 내 규제 명확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달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뿐 아니라 비트코인 현물 거래도 고려하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도 나왔다.

이번 컨센서스 행사장에 부스를 차린 CME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거래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계획이 현재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항상 고객의 삶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수요와 관심이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지원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전통 금융시장의 관심이 생각보다 더욱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CME가 현재 거래 지원하는 비트코인·이더리움 선물 ETF 다음으로 솔라나 ETF를 출시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솔라나는 아직 증권인지 상품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규제의 명확성을 갖기 전까지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집중하면서 제품을 개발할 것이고 현재로서는 추가 선물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의 시가총액은 14조 달러인 데 반해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 달러로, 아직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라며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비트코인 현물ETF 결과로 우리가 본 이익을 보면 아직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대형 자산운용사가 곧 들어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선물, 현물 등 전체 생태계가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전히 뜨거운 관심…성숙해진 업계

조용했던 오스틴은 행사 당일이 되자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 행사장 근처의 호텔들은 컨센서스를 보러 온 관객들로 북적였다. 먼 길을 떠나온 걸 보여주듯 저마다 여행가방을 손에 쥔 이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한껏 묻어났다. 공통의 주제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공론장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컨센서스 2024에서는 한층 성숙해진 업계와 시장의 모습을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컨센서스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1만 5천여명이 참석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았지만, 몇 년 전 여러 블록체인 행사에서 느꼈던 들뜬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명확한 규제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섣부르게 사업을 진행하기보다 가능성을 믿고 소통하며 신중하게 진행하는 모양새였다.


누군가는 지나친 규제가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하루빨리 규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그 어느 쪽이든 이제는 더 이상 무법지대에서 마구잡이로 사업을 하고자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신뢰를 쌓고 건전한 기반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했다.


향후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은 어디에서 어떤 모양으로 뒤섞이게 될까. 전통 시장에서의 플레이어와 새롭게 나타난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플레이어가 서로 어떤 경쟁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지 기대되는 컨센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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