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전기차 배터리의 디지털 신분증,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초급9분 소요2023-06-01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 배터리

모빌리티가 미래로 진화하며 전기자동차 보급이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를 흔히 차세대 디바이스로 표현하는데, 반도체와 센서, 전장 등 다양한 부품과 장치들이 차량 내외부에 장착되기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 바로 배터리입니다. 배터리는 전기를 저장하며 전압에 따라 모터의 회전수와 회전력에 영향을 미쳐 차량 이동 거리와 시간을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전기자동차 전체 비용 중 25~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 배터리 원재료의 공급망 관리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작에는 여러 원자재가 사용되는데, 그중 중요 소재인 코발트의 생산에 윤리적인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이 마치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처럼 코발트 생산을 위해 어린아이까지 광부로 동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콩고의 7세 아동 광부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지만 1~2달러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에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은 글로벌 기업들이 배터리에 코발트를 사용하면서도 원자재 공급망의 인권 점검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9년에 발족한 코발트 공급망을 추적 관리하는 파일럿 프로그램, ‘클린 코발트’가 대표적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된 코발트가 채굴사(화유코발트)를 거쳐 배터리 제조사(LG화학)와 자동차 제조사(포드 자동차)를 통해 활용되는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 공급사(IBM)와 공급망 데이터 협력사(RCS 글로벌)가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볼보, 메르세데스, BMW, 폭스바겐 등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코발트 공급 관리 파일럿을 진행했습니다. 



배터리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블록체인

특정 원자재가 아닌 배터리 자체의 생애주기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터리의 원자재 채굴부터 생산, 이용, 폐기, 재활용 등 배터리의 모든 생애 주기 정보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입니다. 배터리 여권을 적용하면 원자재 및 제품 관리를 비롯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 노동 문제까지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자원 활용, 환경, 인권 문제까지 투명하게 관리하여 지속가능한 배터리 가치 사슬 구축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배터리 여권은 투명성을 갖춘 블록체인의 특성과도 잘 맞아 떨어집니다. 벌써 발 빠르게 이에 대응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고가의 그림과 와인 등의 소유 증명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로 유명해진 에버레저(Everledger)입니다.


2022년 10월, 에버레저는 포드 자동차와 협력하여 배터리 여권 파일럿을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폐배터리에서 원재료를 추출해서 새로운 배터리에 사용하는 재활용과 검수와 재처리 공정을 통해 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하여 주요 정보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는 안전한 환경에서 폐배터리를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관리하여 유한한 자원인 원재료의 낭비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관련 공정의 탄소 배출 절감에도 도움이 됩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의 재활용 및 재사용 시장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배터리 여권이 중요한 서비스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배터리 여권은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핵심 기술로 발전 예상

모빌리티가 자율주행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전기자동차는 필수적입니다. 자율주행으로 진화할수록 다양한 부품과 기술이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배터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배터리 분야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배터리 기술을 10대 국가 필수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주도권 선점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관련 기술과 효율성은 시간이 갈수록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또한 배터리의 생산과 이용, 폐기 등을 관리하는 기술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EU는 2030년까지 배터리 원자재 중 코발트 12%, 납 85%, 리튬 4%, 니켈 4%를 재활용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2035년에는 그 비중이 더 높아집니다. 이 부분은 분명 블록체인의 장점을 적용하기 좋은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앞서 설명한 에버레저를 비롯하여 다양한 기업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 여권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커넥팅랩. 현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