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부활을 기대하는 블록체인 게임 산업
블록체인 게임의 첫 번째 붐과 쇠퇴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P2E(Play to Earn) 개념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들이 주목받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던 시기에 엑시인피니티(Axie Infinity)를 시작으로 P2E가 큰 인기를 누렸는데 대부분의 게임이 수익화에 초점이 맞춰지며 글로벌 사용자들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게임들도 아이템 판매 등으로 수익화가 가능하지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별도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거래가 이뤄집니다. P2E는 게임 내의 재화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로 수익화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소득이 낮은 동남아나 남미 쪽에서는 P2E 게임을 생계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며 다시 외부 활동이 증가했고, 디지털 자산들의 가치도 하락하며 P2E 게임의 인기는 시들해졌습니다. 빅 블록체인 게임 리스트(Big Blockchain Games List)에 따르면 1,322개 게임들 중 30%가 넘는 410여 개의 블록체인 게임이 2023년에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한동안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은 더 이상 미래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블록체인 게임 산업의 부활 신호
하지만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 산업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하락했던 디지털 자산 가격들이 상승하는 추세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2024년 4월에는 넷마블의 블록체인 회사 마브렉스(MARBLEX)의 MBX 토큰도 거래소에 상장되었습니다. 넥슨은 2022년 국내와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자회사를 설립한데 이어 2024년 3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넥슨 유니버스 글로벌’과 ‘넥스페이스’ 법인을 설립하며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구축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또한 GDC 2024(Game Developer Conference)에서 자사의 대표적인 IP를 활용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MMORPG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N’의 준비 상황에 대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N의 아이템 가격은 0에서 시작되어 거래되고 아이템의 수량도 제한하기 때문에 유저마다 플레이 전략을 달리하여 재미를 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각 아이템의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투명성까지 갖출 수 있습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N을 기반으로 다양한 D-App을 추가하여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위메이드는 2024년 3월에 ‘나이트 크로우’에 자체적인 블록체인 생태계인 위믹스를 적용한 글로벌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나이트 크로우는 2023년 4월에 국내에서 먼저 출시된 MMORPG 게임으로 매출을 비롯한 이용률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게임성이 증명된 나이트 크로우는 글로벌 버전이 17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며 출시 하루 만에 동시 접속자 수 20만 명을 기록한 후 한 달 만에 4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기존의 블록체인 게임들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 중심의 이용자가 많았다면 나이트 크로우는 좀 더 다양한 국가에서 고르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나이트 크로우의 매출은 대만(24%), 미국(16%), 태국(11%), 필리핀(10%) 순서고, 다운로드는 태국(25%), 필리핀(23%), 대만(11%), 인도네시아(9%) 순서라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미르4가 P2E로써 동남아에서 돈을 버는 목적에 치중되었다면 나이트 크로우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유저도 많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 자산 가격의 등락이 발생했는데도 게임 유저 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라 할 수 있는데 게임성은 블록체인 게임이 흥행을 유지하며 장기간 안정적으로 서비스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블록체인 게임 산업의 도전과 기회
디지털 자산 가격이 상승하며 관련 업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블록체인 서비스로 관심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중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은 일반인들이 블록체인 생태계를 이해하며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하게 P2E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게임성과 재미를 갖춘 콘텐츠들이 등장하며 관련 업계에 기대감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들이 규제에 막혀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 거래되는 게임 아이템 등을 ‘사행성 경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게임사들은 어쩔 수 없이 블록체인 기능 포함 여부에 따라 국내 버전과 글로벌 버전을 별도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버전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 국내 유저들은 VPN까지 사용하고, 게임사들은 두 가지 버전으로 게임을 관리하는 상황입니다. 규제 완화로 인하여 부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면 다시 한번 관련 사항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게임 업계의 성장을 위해 관련 규제가 하루빨리 완화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커넥팅랩 편집장 현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