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블록체인 기술 활용으로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티메프 정산자금 지급불능 사태
‘24년 7월 발생한 오픈마켓 형태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의 지급불능 사태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남겼습니다. 7월 중순 일부 판매자를 대상으로 정산이 지연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티메프 측에서 전산 오류라고 해명하며 상황이 진정되는 것 같았지만, 이후 여행사 등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가 소비자와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그 피해규모가 급격히 확산되었습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티메프의 미정산 금액은 ‘24년 8월 1일 기준으로 총 2,783억 원이며, 정산지연 피해 판매자는 3,395곳에 달합니다. 향후 6~7월 판매대금에 대한 정산기일이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감안 시, 최종 정산지역 피해규모는 훨씬 커질 전망입니다. 소비자 피해금액도 최소 6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금액이 큰 상품권·여행상품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한 블록체인 기술
티메프 사태의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다수의 중개자를 거쳐서 거래가 이루어지며,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현행 온라인 쇼핑 플랫폼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투명성과 신뢰성에 강점이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이 향후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분산원장에 기록된 거래 내역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판매대금을 다른 곳에 유용하거나 부정한 관리자가 자금을 횡령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기 떄문입니다.
정산지연 문제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마트계약 기술 적용으로 정산 절차를 자동화하여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산을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계약으로 사전 설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물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경우 신속하게 환불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금번 사태를 통해 법적·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상품권과 기프티콘에 대해서도 NFT 기술을 적용하여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소비자가 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구매할 때, 이와 연계되는 NFT를 함께 발행하고 이를 통해 잔액과 사용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한다면, 그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이 온라인 쇼핑 생태계에서 활용되기 어려운 이유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통해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장밋빛 전망들은 모두 블록체인의 높은 신뢰성과 무결성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신뢰성과 무결성을 온체인 자체적인 것에 국한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오프체인 데이터와는 단절되어야만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외부 데이터를 온체인에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를 검증해 줄 수 있는 중개인을 거쳐야 하는데, 만약 중개인이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온체인에 제공한다면 블록체인 전체 데이터의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라 합니다. 오라클 문제는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블록체인이 신뢰성을 유지하면서 외부의 오프체인 데이터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추가 인프라인 ’오라클‘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오라클 문제는 티메프 사태 예방을 위해 블록체인을 적용할 때도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의 배송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배송과정에서 파손은 없었는지와 같은 정보는 결국 중개인을 통해 블록체인에 기록될 수 밖에 없는 외부 데이터입니다. 중개인이 악의를 가진다면 얼마든지 위변조가 가능합니다. 시스템 자동화에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스마트 계약의 경우도 많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정 및 삭제가 블가능한 블록체인 특성상 코드 변경이 어려우며, 공개된 코드를 통해 허점을 찾아낸 해커들의 해킹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16년에 The DAO의 스마트 계약이 해킹당해 30만 이더리움이 유출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정산이 이루어지기 위해 정산자금이 계약에 함께 묶여있어야 하는데, 이는 일정기간의 정산주기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대다수의 유통 플랫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실제 정부가 발표한 티메프 재발방지 대책에서도 정산주기를 40일 이내로 제한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위해 보다 현실적인 제안이 필요한 시점
최근 실생활의 다양한 부분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시 전 국민이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된 모바일 백신접종증명서를 사용하였고, 한국은행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로 비정형 증권을 디지털화하여 발행하는 토큰증권은 법제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이 보다 대중화되고, 현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인 대안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의 해결책으로 정부와 국회가 연일 보다 강한 규제와 관리감독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블록체인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외침은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서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커넥팅랩 도담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