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항만의 역사를 다시 쓰는 블록체인

고급12분 소요2024-12-09

해운물류의 에코시스템에 효율성을 제고할 블록체인

해운물류 업계는 세계 각지로 운송되는 상품의 90%를 해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수출에서 수입까지, 최종 고객에게 물자가 도달하기까지 수 많은 물류 프로세스가 수반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해운물류 프로세스에 비효율을 발생시키는 몇 가지 요인이 존재합니다. 첫째, 수동적 프로세스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해운물류 업체들은 아직도 종이문서로 물류 사업을 개별 접수를 하거나 각국의 항만 터미널 운영업체의 홈페이지에 별도로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둘째, 다양한 산업들이 결합된 복잡한 구조입니다. 또한 해운물류 과정은 단순히 상품만 흐르지 않습니다. 돈의 흐름을 담당하는 금융, 정보의 흐름을 담당하는 IT와 같이 여러 기능들이 얽혀 있습니다. 셋째, 단순한 일대일 거래 구조가 아닙니다. 해운물류는 다대다(多對多), 말 그대로 엄청난 수의 파트너, 거래처가 엮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며 예측 불가능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해운물류 과정에서의 정보의 흐름(출처: Accenture)]

 

이러한 가운데 블록체인은 해운물류의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는 신뢰의 공급망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운송되는 물품들의 출처와 출하상태에 대한 조작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무역 거래 과정의 투명성을 보다 증폭시키고, 오류 없는 자동화 프로세스를 만들어 획기적인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018년 세계무역기구(WTO)는 일찍부터 블록체인이 물류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는데요. 블록체인이 도입될 경우, 무역 관련 프로세스의 지연과 금융사기 같은 금융장벽이 제거돼 글로벌 총생산은 5% 증가하고 무역교역량도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블록체인 적용으로 개선될 물류 프로세스 항목(출처: DHL)]


항만에 대한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 활발

각국 정부들과 민간 기업들은 해운물류 프로세스에서 블록체인의 솔루션 역할에 주목하고, 도입을 계획해왔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국가들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입니다. 2024년 튀르키예 항구 운영기업인 일포트홀딩스(Yilport Holdings)는 엘살바도르의 주요 항구인 '아카후틀라'와 '라우니온'을 개선하기 위해 16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엘살바도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자본 투입입니다. 일포트홀딩스는 엘살바도르의 자율항만집행위원회(CEPA)와 함께 향후 50년간 두 항구를 공동 관리할 예정인데요. 항구 규모를 3배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2024년 말부터 단계적인 증설 및 개선 작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항구의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될 것은 당연하죠. 특히 이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항구 중 라우니온 항구는 엘살바도르 주도의 블록체인 특구인 '비트코인 시티'의 건설이 예정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시티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엘살바도르는 블록체인 경제의 중심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은, 물동량 기준 세계 1위의 싱가포르항만을 보유한 싱가포르입니다. 2021년 8월 싱가포르항만을 운영하는 업체인 PSA가 핀테크 전문기업 RHT(RHT Group of Companies)과 손잡고, 싱가포르 항만의 ESG 솔루션을 위한 디지털 자산 구조화, 토큰화, 거래·유통, 투자자 관계 진작, 홍보, 지적 재산권 보호 및 상업화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싱가포르와 벨기에 등 26개국, 50여 개 이상의 항만 터미널 사업을 운영하는 PSA는 블록체인 기술에 적극적인데요. 싱가포르 정부도 블록체인 규제를 진행하지만, 자금 조달, 투자 등 금융 비지니스에 블록체인이 안착하도록 길을 터주며 항만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다음으로 소개드릴 국가는 러시아입니다. 2019년 2월 러시아 해운물류기업인 인포테크 발티카(Infotech Baltika)는 러시아 항구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에지포트(Edge.Port)'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한 개발절차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포테크 발티카는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 개발을 위해 모스크바 기반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아이코닉(Iconic)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요. 에지포트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항구에서 처리되는 모든 업무와 관련한 서류를 블록체인상에 등록함으로써, 선박의 정박이나 예인선 대여 등 업무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국가는 한국입니다. 2024년 9월 부산시는 200억 원을 투입해 부산항만공사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해운항만물류 실시간 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항만 관계자들 간의 정보 투명성을 강화하고, 분산 데이터 저장 및 무결성 보장함으로써 물류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플랫폼 구현에는 서비스형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지역 기업인 스마트엠투엠이 주관사로 참여하고, 컨테인어스와 골드락스쉬핑, 스마트큐브가 협력할 예정입니다.


세계적인 물류 항만인 부산항에서는 하루 수만 대의 선박이 오고 가지만, 부산항만공사와 항만 이해관계자들의 물류 정보는 개별적으로 수집·관리되어 왔는데요. 이로 인해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화된 작업 일정 편성이 어려웠습니다. 또한 수집된 데이터의 규격과 포맷이 서로 달라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실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관리 방식으로 플랫폼이 구축되면 선박, 선사 등의 정보 공유가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해운물류의 표준이 될 블록체인을 상용화하는 것이 경쟁력

각국 정부와 민간업체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간 해운물류의 표준이 될 블록체인이 등장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대규모 투자와 민간업체들의 참여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항만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국가와 업체가 곧 전 세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 드렸던 부산시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항만 시스템을 상용화해 국제 해운물류의 표준이 되겠다고 밝혔는데요. 부산시의 포부가 실제로 이뤄져, 한국이 항만 분야의 블록체인 기술 표준을 주도하길 바랍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어떤 나라가, 어떤 업체가 이를 실현할지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커넥팅랩 민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