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랩] 디지털 자산 유통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STO
전통적 자산 거래의 한계를 극복하는 STO의 등장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증권을 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생각한다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블록체인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전통적인 목적뿐만이 아니라 보유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23년 2월, 금융위원회에서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토큰 증권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의 주된 내용은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증권으로 거래되기 어려웠던 미술품, 부동산 등의 실물 자산이나 저작권 같은 디지털 자산까지 토큰 증권으로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등 블록체인의 특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산을 분할하여 거래하고 소유권을 증명하는 것까지 가능해집니다. STO는 투명성, 유동성, 접근성에 편의성까지 더하여 전통적인 자산 거래의 한계를 극복할 전망입니다.
1호 조각 투자 공모 청약을 통해 본 STO의 가능성과 한계
STO의 활성화로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조각 투자입니다. 2023년 12월에 금융 당국이 승인한 국내 1호 조각 투자 공모청약이 진행되었는데, 열매컴퍼니가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미술품 ‘호박(Pumpkin)’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을 신고했습니다. 1만 2,320주(12억 3,200만 원) 모집에 7만 2,098주(72억 980억 원)가 몰리며 청약률이 650%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와 함께 STO 관련 주식들이 함께 상승하며 토큰 증권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습니다. 흥행을 알렸던 열매컴퍼니가 1호 청약은 18% 정도가 청약 대금이 납입되지 않아 실권주가 발생했고, 이후 이어진 다른 청약들도 한계를 보였습니다. 이는 아직 주식 거래처럼 익숙한 편의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제도적인 한계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열매컴퍼니의 청약은 가상계좌를 통해 대금을 입금 받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되었는데 일반적인 주식 거래 및 청약의 편의성과는 차이가 컸습니다. 또한 2023년 7월에 발의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의 개정안이 계류 중으로 토근 증권의 제도권 편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지속적인 관심 유지에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증권가와 관련 기업, 투자자들의 기대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증권가는 토큰 증권의 유통을 유망한 비즈니스 기회로 인식하고 대비 중입니다.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BCG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을 34조 원으로 예상하고, 2030년까지 367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관련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많은 고객을 확보한 금융기관과 손잡고 다양한 자산을 증권으로 유통하며 수수료 수익을 거두는 것이 가능합니다. 고객 관점에서도 구매가 어려웠던 고가의 미술품이나 부동산, 저작권 등을 분할하여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의 수단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게 될 STO 시장의 개화
금융위원회는 2023년 12월에 'KRX 신종증권 시장 개설'을 신규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했습니다. 조각 투자 방식의 다양한 신종 증권이 유통되는 시장을 개설하는 것으로 올해 상반기 중에 개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 1월 말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주관한 2023년 블록체인 기술 검증(PoC) 사업 중 STO 플랫폼 기술 검증도 완료되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위한 검증으로 미술품 기반의 증권 발행 내역이 블록체인을 통해 노드로 저장되고 이에 대한 금융 거래 내역과 노드 상의 거래 내역을 금융 기관이 상호 검증한 것입니다. 토큰 증권의 유통과 발행을 위한 제도적 준비와 기술적 검증이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는 중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증권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 투자업체인 카사코리아를 인수했고, 한국투자증권은 한우 조각 투자업체인 스탁키퍼와 제휴를 맺었으며, 키움증권은 미술품 조각 투자업체인 테사와 음악 저작권 조각 투자업체인 뮤직카우와 제휴했습니다. 또한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토큰증권 컨소시엄'을 꾸렸고,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 결성을 통해 생태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계류 중인 법안 통과와 제도적인 절차만 완비되면 STO 시장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됩니다. STO 시장이 개화된다면 전통적인 자산 유통 방식의 변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커넥팅랩 현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