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블록체인 사업 살펴보기
사회적 신뢰 향상의 도구, 블록체인
우리나라 지방자치법 제1조는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지자체는 지속적으로 행정의 효율과 민주적 운영을 추구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각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수성을 발전시켜 보다 다원적인 사회로 나아가게끔 노력을 해야한다. 행정의 효율화와 민주적 운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전제가 있다면 ‘사회적 신뢰 향상'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뢰는 곧 사회의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며,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는 예측가능성이 높고 거래비용 감소로 이어져 보다 빠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는 투명성, 불변성, 보안성 등으로 이는 사회의 신뢰 향상이 필요한 공공의 목표와도 잘 부합한다. 만약 공공 인프라로서 투명성을 앞세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더욱 폭넓게 도입되면 보다 깨끗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투표 시스템 및 공공 기록 보관 등 민주주의와 사회복지 시스템 강화 측면에서도 블록체인의 활용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신뢰의 기술로서 블록체인이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각 지역만의 특수성과 블록체인의 결합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서울시
서울시는 행정 서비스 혁신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시민 편의와 행정 신뢰도 향상에 활용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신뢰성과 보안성을 갖춘 비대면 서비스 강화가 주요 골자이며, 서울지갑, 서울패스, 모바일 투표 시스템 등이 추진된다. 대표적인 서비스인 ‘서울지갑’은 2021년 7월에 오픈했으며, 각종 자격 확인 및 전자증명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개인 증명 서류들을 블록체인에 저장함으로써 기존 공공 서비스 신청 시 일일이 제출해야 했던 막대한 증명 서류 대신에 간편하게 청년수당을 비롯한 25종의 공공 서비스 신청이 가능해졌다.
지자체 최초로 블록체인 메인넷을 만든 대구시
서울시와 달리 대구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대구형 블록체인 메인넷 구축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 메인넷 구축을 완료했다. 대구시가 독자 개발한 레이어1 메인넷은 3,000 TPS 이상의 거래 처리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메인넷 위에서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의 대표적인 블록체인 플랫폼 ‘다대구’는 2018년 블록체인 기반 행정서비스 정보화 프로젝트로 시작되었으며, 분산신원증명을 통해 대구광역시 통합도서관, 통합예약시스템 등 15개의 주요 행정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허브도시를 표명한 인천시
서울과 대구는 시민들을 위한 행정 서비스 개선에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인천과 부산은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먼저 인천은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허브도시 인천'이라는 비전을 발표하고, 블록체인 서비스를 발굴 및 육성하는 시민참여도시, 지역특화산업 기술 생태계 조성으로 경제가 살아있는 지속성장도시 등 5대 목표를 제시했다. 주요 전략으로는 1) 시민체감형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 구축, 2) 지역 특화 블록체인 기술 허브 클러스터 조성 및 기반 시설 구축, 3) 블록체인 핵심 인재양성 체계 구축, 4) 블록체인 진흥을 위한 제도개선 및 거버넌스 환경 조성, 글로벌 기술선도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시브랜딩 환경 구축 등이 추진된다.
국내 최초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인 부산시
부산은 2019년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었다. 규제자유특구는 각종 규제가 유예∙면제되어 자유롭게 신기술에 기반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지역에 지정되는 구역으로 부산은 물류, 관광, 공공안전, 금융, 부동산, 의료 등의 분야에서 블록체인과의 접목 사업이 추진된다. 인천이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허브도시라는 비전을 발표한 것과 달리 부산은 ‘Target 2026 블록체인 부산'이라는 비전을 발표 후 블록체인 기술 기반 최첨단 도시가 되기 위한 여러 전략들이 추진된다.
‘Target 2026 블록체인 부산’ 비전 달성의 중심 축에는 부산 디지털거래소 BDAN(Busan Digital Asset Nexus)이 위치해있다. BDAN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분권형 디지털자산 거래소로 실물자산 기반 RWA(Real World Asset)와 토큰증권 등이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BDAN은 금, 은, 구리 등 7종의 귀금속과 비철금속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인 센골드 인수를 완료했으며,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내 주요 국가별 거래소와 얼라이언스를 체결했다.
공공이 주목하는 블록체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전 국민은 블록체인 기술이 기반된 ‘백신예방접종증명서'를 모두 경험한 바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예방접종증명서의 위변조 방지 및 진위 여부 확인이 보다 효율적으로 가능해졌으며, 그 과정에서 공개키 정보만 기록되고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는 보관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 또한 강화될 수 있었다. 블록체인이 가진 높은 보안성과 공개적으로 모든 기록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 중개를 위한 수수료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처럼 행정의 효율화에 적극 사용될 수 있을 뿐더러 더욱 신뢰받는 사회 구현을 위한 주요 기술로 더욱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초기 단계인 서울시와 대구시의 블록체인 기반 행정 효율화는 향후 데이터 관리의 공공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확실한 인증을 기반으로 행정 보조금 등의 부정 수급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과 부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관광객 유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발전 등을 추진한다. 두바이의 경우 수년간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관련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2030년 1,000개 이상의 기업 유치 및 4만명 일자리 창출 등의 목표를 토대로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두바이의 선도적인 실험은 전세계적으로 좋은 레퍼런스가 되고 있으며, 주요국 각 도시별로 가상자산 허브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블록체인의 중요성은 이미 각 지자체별로 인지하고 있다. 향후 블록체인의 장점을 기반으로 한 더욱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공 서비스 출현과 지역별 특색이 가미된 블록체인의 생태계 활성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