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화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021-12-15

2021년 9월, 엘살바도르에서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치보(Chivo)라는 디지털자산 지갑을 통해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월, 비트코인 채권 발행을 위한 ‘디지털자산 발행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사용하면 소비자 보호와 재정 건전성 및 안정성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재정 우발 부채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경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디지털자산이 기존의 법정화폐를 제치고 새로운 화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채택한 이유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인구 650만 명의 엘살바도르는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쓰고 있었습니다.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쓴다는 것은 통화주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엘살바도르는 자국의 경제 상황과는 상관없이 미국의 통화정책이 바뀌면 그 영향을 그대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것입니다.


2019년 엘살바도르의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은 4,176달러에서 2020년 3,279달러로 줄어들었습니다. 그중 상당 부분은 해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2019년 엘살바도르 GDP 중 약 24%는 미국 이주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차지했습니다. 


달러와 달리 비트코인은 특정 발행 주체가 없는 탈중앙화된 형태로서 특정 국가가 인위적으로 가치를 조정하거나 유통을 제한·확대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은 해외 송금 시 국제은행 송금 시스템(SWIFT)을 거치지 않아 수수료가 적고 송금 속도도 빠릅니다. 해외 이주 노동자가 본국에 송금하는 금액이 많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도입하면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엘살바도르는 달러를 직접 찍어낼 수는 없지만 값싼 국유 자원을 활용해 채굴장을 운영하면 필요한 비트코인을 일부 채굴할 수도 있으니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이점을 통해 경제난을 극복하겠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화폐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경제학적으로 화폐의 기능을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교환의 매개체

2) 가치 척도로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능

3) 가치 저장의 수단

 

화폐의 기능에 비춰볼 때 비트코인은 교환 매개의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2021년 10월 기준, 글로벌 약 1만5000개 기업이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페이팔이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 결제를 허용한 것에 이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이밖에 다양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디지털자산 결제 서비스를 준비 중인 만큼 교환 매개의 수단으로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비관론자들은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화폐 가치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중앙정부나 기관의 인위적 가치통제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탈중앙화의 형태로 제어가 불가능하고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화폐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비트코인의 가치는 변동성이 높지만,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자산으로 인정받고 화폐화, 금융자산화 과정을 겪으면서 변동성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